2014년 8월 3일 일요일

 술을 마신다.
여럿이 모여, 별 것 아닌,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안나는 잡다한 얘기들을 공중에 먼지처럼
흩으리며 술을 마신다.

 취하고, 비틀비틀, 깐깐하던 사람이 컵을 넘어뜨려 물을 흘린다던지 하는 사소한 실수들로
취했다는 시그널을 보인다.

 비틀비틀, 휘청휘청,

무엇이 공허하여, 그것을 채우기 위해 술을 마셔대는가.

가정사나 경제적인 문제, 일에서의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걱정, 육욕에 대한 갈증, 이성에 대한 갈증등 각기 다른 삶의 어려움을 공통된 술이라는 도구로 풀고 있다.

 이 순간 만큼은 잊고 싶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처럼, 혹은 오히려 각성되 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씁슬한 내 이야기들을 희석시키고 싶다.

 자기 자신은 모를 수도 있다.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무료해 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재미없는 탁한 그 삶을 술로 희석시키고 싶다.

아... 여지없이 새벽이 밝아오고

 우리는 어제와 똑같은 삶의 무게를 다시 한번 견뎌내야 한다.

우리에게 무엇이 남을 것인가. 이 하루를 다시 한번 맞아내고 나면 어떤 것이 남을 것인가.

폭음을 해대고, 그 늦은 시간에 과식을 넘어선 폭식에, 또 국밥 한그릇 먹자, 오뎅하나 먹자,
맥주한잔만 하자 해대며, 우주의 법칙을 거슬러 밤을 연장시키고 싶어한다.

당치도 않은 바람은 이뤄지지 않는다.

택시에, 대리기사가 모는 차에 삐걱거리는 몸을 던져넣고

나도 알 수 없는 평안의 세계로 닿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바래본다.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도 불러보고 저속한 몸짓으로 율동도 해보고, 성매매업소에 가서 하룻밤의 사랑도 구매해본다.

비틀비틀, 휘청휘청

슬퍼보인다. 당신의 그 발걸음이.

 당신의 하루가 오늘도 많이 고단했군요. 삶이 무료하지요?

위로해지고 싶네요.

걔는 그렇게 술만 퍼대다가 나중에 남는 건 술 먹은 기억밖에 없을꺼야라고 조소했던
내 말이 부끄럽네요. 그가 견뎌내고 있는 삶의 무게를 겪어보지도 않고, 반의 반도 겪어보지도 능력도 안되며 쉽게 뱉었던 내 경솔함이 부끄럽네요.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좋던 싫던 해야만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거부할 수 없는 국가의 세금 통지서처럼 매일 매일 눈앞으로 디밀어지는데.. 그것들을 웃으며 기꺼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삶에 대해 나는 쉽게 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뒷모습이 슬퍼보입니다. 센 척 하려는, 즐거운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는.

시끌벅쩍한 그 술자리에서 자기존재를 찾으려 하는 그 모습들이 슬퍼보입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많았고,

내일은 행운이 당신에게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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